먼 길 떠나 별 소득 없이 많은 것을 잃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나선 신태용호 2기. 본격적인 첫 시험대는 가혹하리만치 냉정했다. 7실점, 변명의 여지가 없는 2패다.
초라한 성적이다. 자존심 회복을 다짐하며 유럽 원정 비행기에 올랐지만 7일(이하 한국 시간) 러시아에 2-4로, 10일 모로코에 1-3으로 졌다. 러시아는 유럽 내에서도 '경쟁력 부족'을 지적받고 있는 팀이고 며칠전 아프리카 예선을 치른 모로코는 사실상 2군 격이었다. 하지만 한국에는 높은 벽이었다. 위기에 몰려 있던 한국 축구는 세계의 벽과 씨름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축구를 향한 전국민적 응원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는 다른 나라과 비교해 보더라도 특별히 '내셔널리즘'이 강하게 유지돼 왔다. 축구 사랑이 나라 사랑이고 곧 '애국심'으로 여겨지곤 했다. K리그에 파리가 날려도 대표 팀 경기엔 늘 관심이 집중됐고, 수 만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력 논란에 거스 히딩크 전 감독과 관련된 일을 축구협회가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신뢰가 급격히 추락했다. 이젠 아예 "상대국을 응원하겠다"는 말까지 들리곤 한다.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리라 점치며 "왜 나가느냐"는 말도 일부 팬들이 서슴지 않고 있다.
신 감독도 이를 언급했다. "이대로라면 '월드컵에 왜 나갔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한 경기에 울고 웃고 하는 게 축구라지만 이 정도로 등을 돌린 건 근래 없었던 일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무너진 공든 탑을 다시 세울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