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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여성들을 상대로 수십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영국의 전직 경찰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을 수호하는 경찰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러 경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런던의 서더크 크라운 법원은 여성을 상대로 20년간 성폭행을 저지른 전직 경찰관 데이비드 캐릭(48)에게 징역 최소 32년 형을 선고했다.
바비 치마 그럽 판사는 선고를 내리면서 "캐릭은 대중의 신뢰를 받는 공적인 모습을 이용해 수많은 여성들을 강간하고 성폭행했다"며 "피해자들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캐릭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24건의 강간 혐의를 비롯해 9건의 성폭행, 2건의 강간 미수, 3건의 허위감금 등 49건의 범죄 혐의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캐릭은 데이트 웹사이트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아 범행을 저지른 뒤 경찰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범행은 주로 그가 거주했던 하트퍼드셔에서 발생했으며 피해 여성들을 장기간 성폭행하고 먹고 자는 것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자녀들과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피해자는 법원에서 캐릭이 경찰 지휘봉으로 자신을 협박하거나 "기억해 내가 보스야"라고 새겨진 총기 사진을 찍어 보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캐릭이 자신에게 "내가 곧 경찰이고 법이다"라고 지속적으로 주입시켜 겁이나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런던경찰청은 추가 피해자들이 있는지 조사 중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런던경찰청은 그동안 경찰관들의 부패, 인종차별, 여성혐오 논란에 시달려온 만큼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피해자들은 법원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경찰 주변에 더 이상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한 피해자는 "경찰이나 경찰차를 볼 때마다 얼어붙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은 이번 사건이 경찰에 "흉터"를 남겼다며 "어떻게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경찰 제복을 입을 수 있었는지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2000년부터 캐릭에 대해 9번이 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지만 당시 캐릭은 제대로 수사받지 않아 경찰 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마크 롤리 런던 경찰국장은 수십 년간 저질러온 여성들에 대한 반복적 혐오 범죄 등에 대해 더욱 신중히 조사해야 했으며,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더욱 단호했어야 한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캐릭은 경찰이 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거듭 사과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