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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를 주우려고 허리를 숙이고 있던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64)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1일 밝혔다. 4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와 각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도 유지됐다.
A씨는 지난 2020년 8월28일 오후 2시께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한 도로에서 B양(10·여)의 엉덩이를 두 차례에 걸쳐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친구 두 명과 나란이 걸어가던 B양이 실수로 친구의 슬리퍼를 밟아 벗겨지게 되자 이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상황에서 뒤로 가 엉덩이를 주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B양은 A씨에게 "변태세요?"라면서 화를 냈고, A씨는 웃으면서 "신발 주워주려고 그랬지"라고 답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B양은 곧바로 친구들과 3~4분 거리에 있는 집으로 뛰어가 엄마에게 112에 신고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고 피해자의 향후 성장에 악영향 미칠 것으로 보여 죄책이 매우 중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 측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도로변으로 공개된 곳이었고,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추행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피해자가 뒤로 휘청거리며 넘어지려고 하길래 잡아 주다가 어쩔수 없이 몸에 손이 닿은 것뿐 성적인 의도로 만진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고 피해사실을 그린 그림을 보면 범행 현장과 동일해 기억에 왜곡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범행 당시 촬영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보면 피해자가 범행 현장을 떠나지 않고 약 8초가량 머물며 뒤를 돌아봐 피고인의 인상착의를 확인한 점 △피해 직후 부모와 친구에게 신고한 점 등에 비추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증거들과 부합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변명을 계속해왔고, CCTV영상에서 장애물로 인해 범행 순간의 장면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점을 기화로 진실을 방해하려 시도해 증거조사가 장기화되면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추가로 정신적 고통을 겪게 했다"며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려고 하지도 않고 용서받지도 못한 점 등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진] 픽사베이